나는 합정역 4번 출구 앞에 서있었다.
"나 몇 번 출구로 나가면 돼?"
-2번 출구!
전화 넘어로 밝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미안해. 내가 늦었어. 원래 운동 삼아 걸어가려고 했는데 씻고 하다보니...
은총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내용을 덧붙였다.
지금 시간은 2시 02분. 원래 1시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일방적으로 약속 시간을 1시에서 2시로 바꿨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아냐. 나도 따지고 보면 1시간이나 늦은 건데, 뭐."
-히히. 고마워.
"그럼 여기로 와. 나 2번 출구로 나가 있을게."
전화를 끊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다. 합정역에 올 때마다 맡는 델리만쥬 냄새가 지하철 내부 가득 퍼져있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달콤한 향기? 음 아냐.
일단 노란색. 이 향기는 노란색에 가깝다.
노란 배경에 버터가 꿀 처럼 흐르고 달콤한 연노란색 앙금을 부드럽고 포근한 카스테라가 감싸고 있어 씹을 수록 단 맛이 날 것만 같은 향이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것 같은 그런 향.
2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미쳐 발걸음을 때지 못하는 나를 불러세우는 사장님의 목소리 때문일 수도 있다.
"뭐 줄까요?"
대답을 하기 까지 생각할 시간은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한 봉지요. 카드도 돼요?"
내 손에 따뜻한 종이 봉투가 쥐어졌다.
2번 출구로 나와서도 데리만쥬 향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봉투 안을 살짝 보니 손가락 길이보다 조금 짧고 통통한 델리만쥬가 가득 들어있었다. 푹신한 만쥬가 손가락 끝에 만져졌다. 잘 구워져 엷은 갈색을 띄고 있는 만쥬.
하나를 꺼내 입 안에 넣자 약간의 버석함과 함께 달달한 앙금 맛이 느껴졌다.
'나 데리만쥬 샀어.'
-아!ㅋㅋㅋㅋ 그거 사기 전이 가장 맛있어!ㅋㅋㅋㅋ
'그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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