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 돈은 반드시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이 조각상을 계속 복구해 주세요……!

짜증내는 석공: 우리도 일이 밀려서 어쩔 수가 없다니까 그러네.

이것보다 먼저 복구해야 할 게 산더미라고.

밀리: 전에도 그렇게 말씀하셔서 한참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저보다 나중에 부탁받은 다른 조각상을 

먼저 복구하고 계시잖아요……!

짜증내는 석공: 하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냥 포기해 줘.

신학원의 지원이 있어서 처음엔 우리도 협조했었지만,

그쪽한테서 일을 받으면…… 우리가 곤란해진다고.

짜증내는 석공: 아무튼, 돈이 다 준비될 때까지 작업은 못 해.

미안하게 됐지만 이해해 줘.

밀리: 앗…… 죄송합니다.

보고 계시는 줄도 모르고…….

밀리: ……저는 이 '성 발루아양 상'을 복구하고 싶답니다.

하지만 제 가문…… 정확히는 제 사촌에 대한 악평이 퍼져서

사람들이 일을 잘 맡아주질 않네요.

밀리: 제 사촌의 이름은 이냐스 드 베난.

전 교황을 곁에서 지켰던 창천기사 중 한 명입니다.

밀리: 창천기사단은 전 교황이 붕어하면서

행방불명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들이 옳지 않은 계획에 가담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죠.

밀리: 이 조각상의 복구를 위해 기금을 설립한 건

애초에 이냐스였으니까……

다들 얽히고 싶지 않은 거겠죠.

밀리: ……저도 제 사촌의 참뜻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각상을 복구해서 사람들이 자부심을 되찾았으면 하는,

그의 바람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해요.

밀리: 그렇게 믿고 그의 뜻을 잇고 있습니다만 어렵네요…….

자금 조달은 물론이고 일을 받아주는 곳도 없어서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습니다…….


미스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같이 찾아줘서 고마워요.

슬퍼하는 사람은 있었어요……?

미스트: ……아,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내 '힘'으로 기운을 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기쁠 텐데…….

미스트: ……나, 해 볼래요.그 사람한테 같이 가봐요…….


미스트: 이 사람 맞죠……?

밀리: 저기…… 혹시 이 아이랑 아는 사이인가요?

아까부터 계속 이쪽을 보고 있는데…….

미스트: 당신은 사촌이랑 다시 만나면 기운 나요?

밀리: 이냐스 말이니……?

응, 만약 만날 수 있다면 내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믿음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미스트: 그럼 그 사람을 강하게, 강하게 떠올려요.

그리고 인적 드문 조용한 곳에서 기다려요.

밀리: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혹시 나를 위로해 주려는 거니?

밀리: 그럼 네 말대로 한번 해 볼게.

인적 드문 장소라면 신성재판소 앞 광장은 어떨까?

난 먼저 가 있을게.


미스트: 당신도 같이 가주세요.

난 시두르구한테 말하고 갈게요.

아마 다들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밀리: 이냐스를 떠올려 보라고……?

처음 보는 아이의 장난을 덜컥 받아주다니

제가 많이 피곤한가 봐요…….

밀리: 앗, 그 애가 온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을 꽤 많이 데리고 온 것 같은데…….

밀리: …………이럴 수가…… 저 사람은……!

밀리: 이냐스……!

무사했구나……!?

이냐스: ……그래, 무사하고 말고.

나보단 다른 가족들은 괜찮은 거야?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하군…….

밀리: 미안하긴 무슨……!

네가 돌아왔단 걸 알면 백부님과 백모님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 거야……!

이냐스: 아니, 집에 돌아갈 생각은 없어.

이냐스라는 사내는 교황 성하와 벨긴 부단장님에게 목숨을 바쳤다.

……부디 그렇게 생각해 줘.

이냐스: 다만, 네가 조각상 복구 작업을 이어받았단 얘길 듣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

밀리: ……그치만 제대로 하지도 못 하고 있는걸.

지금도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던 참이었고.

밀리: 하지만 앞으론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네가 혹시 죄를 지었다면,

그 몫까지 네 뜻을 가지고 사람들을 구원할게.

밀리: 그러니까 어떻게든…… 꼭 살아만 있어 줘.

그리고 언젠가 아름답게 재건된 조각상을……

그 주변에서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꼭 보러 와줘.

이냐스: 그래…… 고마워, 밀리.

아버님과 어머님, 일족과 함께 굳건히 살아줘.


밀리: 여러분은 이냐스의 협력자였군요.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부디 그가 무사히 몸을 숨길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시두르구: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일단 지금은 성도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시두르구: 이자는 변장시켜서 우리가 데리고 나가마.

넌 나중에 뒤따라와.

집합 장소는…… 일단 '매의 보금자리'로 하자.

밀리: 정말 고마워요……

그를 잘 부탁 드립니다.


미스트: Ortin, 기다렸어요.

여긴 사람들이 많아서 시두르구는 먼저 갔어요.

미스트: 당신도 서둘러 가요.

밀리한테서 꽤 멀리 떨어졌으니까 어쩌면…….


리엘: 어쩌죠…… 이럴 수가…….

시두르구: 제길……

엄청난 일에 휘말렸군.

미스트: 미안해요…….

역시 풀려 버렸네요…….

미스트: Ortin…… 저기 실은……

저 아지랑이가 이냐스였어요.

미스트: 내 '힘'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실체화시켜요.

마음에서 멀어지면 그냥 에테르로 돌아가지만……

미스트: 아까는 당신 크리스탈에서 빌린 에테르로,

이냐스를 만들었던 거예요.

밀리 씨가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네요!

미스트: 저걸 '흡혼검'으로 흡수하세요.

그러면 당신한테 에테르가 되돌아가요…….


시두르구: 무사히 회수한 것 같군.

거 참…… 마음속의 인물을 실체화하다니,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시두르구: 이 녀석이 우릴 부르러 와선 잠깐 집중하더니

어느새 그 창천기사가 서 있더라니까.

정말 뭐에 홀린 줄 알았어.

시두르구: ……그래서 어떻게 됐어?

소울 크리스탈의 상태는?

시두르구: 깨진 그대로잖아……?

시두르구: 꼬마,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도와주면 에테르를 돌려준다고 약속했었잖아……!

미스트: 미, 미안해요…….

이냐스를 만든 만큼의 에테르는 분명 돌려줬어요.

돌려줬는데…….

미스트: 빌린 에테르로 4번 더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방금처럼 마지막엔 꼭 되돌려 줄게요.

그러니까 사람들을 더 돕고 싶어요……!

시두르구: 흥…….

도울 상대도 스스로 못 찾는 주제에

남의 힘을 빌려서 돕겠다니 뻔뻔한 녀석이군.

시두르구: Ortin의 암흑기사로서의 힘은

아직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각오도 없이 멋대로 굴겠다면 억지로라도 되찾겠다.

미스트: 미안…… 미안해요…….

각오가 안 된 건 아니에요…….

미스트: 소중한 사람을 잃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잃고 나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미스트: 그들의 바람이 내 전부예요.

그런 사람을 도와주고 행복해지는 게, 내 역할이에요.

그러니까…… 해야 해요…….

시두르구: ……Ortin, 네가 결정해라.

빼앗긴 건 네 힘이니까.


미스트: Ortin……?

그럼, 나와 함께 있어 주겠단 뜻인가요……?

리엘: 걱정 마, 미스트.

시두르구도 화난 건 아니니까……

잘 도와줄 거라 생각해.

시두르구: 너, 멋대로 무슨 얘길!

난 그런…… 그럴 생각은………… 제기랄!

시두르구: 아무튼, 이딴 눈밭에 계속 서 있을 순 없어.

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자고……!

미스트: 나한테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네요…….

그건 정말 정말 기쁜 일이에요.

고마워요, Ortin……!


리엘: 시두르구는 다른 사람이 있으면, 날 자꾸 '꼬마'라 불러요.

그게 싫어서 한번은 '시두르구 아저씨'라고 불렀더니

엄청…… 엄청 혼났어요…….

시두르구: 젠장, 이상한 꼬마가 또 늘어났잖아……!

난 애나 보자고 암흑기사가 된 게 아니라고……!


시두르구: ……지금은 어떤 영웅 덕분에 많은 이들이 구원받은 세상이지.

하지만 미스트의 말처럼 아직 슬퍼하는 녀석이 있다면,

이번에도 역시 구원할 자가 우리 밖에 없는 사람일 테지.

시두르구: 오해 마라. 영웅을…… 널 탓하는 건 아니야.

어떤 생각을 가졌는진 잘 모르겠지만

내 앞에 서 있는 넌, 일개 암흑기사잖아?

시두르구: 네가 이 녀석을 도와주기로 했다면 그 뜻을 굽히지 말라고.

에테르를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4번 더 사람을 구해야 한다면

나도…… 예전에 진 은혜를 갚기 위해 돕겠어.

시두르구: 우선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정하라고 해야겠군.

리엘을 붙여놓고 애들끼리 얘기해 보라고 할까?

……그럼 다음에 보자.

미스트: 나한테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네요…….

그건 정말 정말 기쁜 일이에요.

고마워요, Ortin……!


시두르구: ……너도 왔으니 슬슬 움직여야겠군.

리엘한테 미스트와 얘길 나누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라 했는데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시두르구: '힘'을 사용해서 남을 돕고 싶단 말만 할 뿐

태생도, 그 능력에 대해서도 전혀 입을 열지 않더군.

알아낸 게 있다면 인간밖에 실체화하지 못한다는 것…….

시두르구: 아무튼, 앞으로 4번 더 남을 도와주는 데 협조하는 것 말곤

너의 에테르를 회수하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이거 참 성가시게 됐군…….

리엘: 미스트는 아주 열심이에요.

그 애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Ortin한테도 도움이 된다면

난 돕고 싶은데…… 시두르구는 싫어요?

시두르구: ……성가시다고 말했을 뿐이다.


시두르구: 어쨌든 아직은 도울 상대를 찾지 못했다.

성도는 지난번에 둘러봤으니까 조금 더 멀리 가서

'꼬리깃 마을' 근방에서 정보를 모아 보자고.

시두르구: 가문의 속박에서 해방된 이후로

이 녀석이 어찌나 말이 늘었는지…….

미스트: 이곳에 내 힘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리엘: 방금 이곳 사람들이랑 얘기해 봤어요.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슬퍼하는 사람은 없냐고…….

리엘: 그랬더니 최근에 여기로 보내진

'로우디'라는 죄수 얘길 해 주더라고요.

리엘: 그 사람은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

마을 외곽에 있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못된 감독관이 늘 소리 지르고 때리고 한대요.

시두르구: 학대당하는 죄수라……

우리가 도와줘야 할 상대인지 확인해 봐야겠군.

시두르구: 마을 외곽에 있는 작업장이랬나.

당장 가 보겠나?

미스트: 혼나는 건 힘든 일인가요……?

그럼 내가 힘을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리엘: 감옥 안보다는 밖이 훨씬 좋겠죠…….

그래도 매맞는 건 무서워요.

미스트: 혼나는 건 힘든 일인가요……?

그럼 내가 힘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시두르구: 작업장은 이 근방인가……?

그리몰드: 여기가 뭘 하는 곳인지 궁금하다고?

근처에 있는 물건만 봐도 짐작이 가지 않아?

리엘: 이 근방이 맞는 것 같은데…….


남자의 호통소리: 어디서 말대꾸냐!

이 못된 계집, 죽어 버려!

낯익은 여자: …………죄송합니다…….

신성재판소 감독관: 사과하면 끝인 줄 알아? 이래서 죄인 놈들은!

난 너 때문에 이런 촌구석으로 보내졌다니까!?

이 쓰레기! 죽어! 죽으라고!

시두르구: 저 여자가 죄수 로우디인가?

쳇…… 누가 쓰레기인지 모르겠군.

시두르구: 왜 그래 Ortin?

저 여자를 아는 거냐?

시두르구: 저 여자가 바로, 연인의 죽음을 계기로

매의 보금자리의 폭동에 가담했던 반대파 일원인가!?

종업원으로 변장해서 약을 탔다고……!?

시두르구: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넌 몸조심하면서 살아야겠군…….

아무튼 저 여자의 죄목은 알았는데…….

미스트: ……난, 저 사람도 웃었으면 좋겠어요.

연인을 잃고 못된 짓을 한 거라면……

그 사람을 만나면 죗값을 치를 기운이 날까요……?

시두르구: 너의 '힘'으로 저 여자의 연인을 실체화시키겠단 거냐?

관둬, 지난번과는 달리 저 여자는 그가 죽었다는 걸 알고 있다.

위로는커녕 상처를 주게 될 거다.

미스트: 그치만 저 사람, 저대로 놔두면…….

마음은 슬프면 무너져 버려요…….

미스트: 난 많이 들었어요…….

상실감에 빠져 슬퍼하고, 화나고, 괴로워서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시두르구: ……나중에 후회해도 난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면 멋대로 해.

시두르구: 단, 마을 안에서 소동은 일으키지 마라.

리엘, 넌 미스트를 밖으로 데리고가서 지켜봐 줘라.

로우디는 우리가 유인하마.

시두르구: 넌 저 여자와 안면이 있댔지.

괜히 경계하면 성가시니까 내가 유인하겠다.

그 대신 네겐 따로 부탁할 일이 있다.

시두르구: ……죄인은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만 해.

하지만 저 여자에게 주어진 죄의 대가는 노동이지

저 쓰레기 자식한테 얻어맞는 일은 아닐 거다.

시두르구: 그 대검으로 정의에 숨은 악을…… 쳐라.

그 결과 구원받는 자가 있다면 그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신성재판소 감독관: 흥, 어디 가서 기분전환이라도 해야겠군!

난 낚시나 다녀와야겠다!

돌아오기 전까지 일을 다 끝내 놓도록 해!

시두르구: 가자……!

신성재판소 감독관: 응……?

뭐냐 넌?

신성재판소 감독관: 헷, 죄수를 함부로 다루지 말라 이거냐?

멍청한 놈, 저 여자는 죽어도 시원찮을 대역죄인이라니까?

신성재판소 감독관: 물러 터진 의장님이 은혜를 베풀어 노동형에 처했지만,

저딴 여자는 살아있어 봤자 나라의 수치이자 짐이야.

재교육을 해 주는 나한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신성재판소 감독관: 뭐, 뭐야, 야만스러운 수법을 쓸 셈이냐!?

누가, 누가 좀 도와줘!

이 몹쓸 놈을 쫓아내주면 사례하겠다!


리엘: 이거…… 그냥 보고 있어도 괜찮을까…….

시두르구: ……해치웠구나.

이제 조금은 나아지겠지.

미스트가 하려는 행동의 결말은 차치하고서라도.

미스트: Ortin, 어디 갔었어요……?

그동안 내가 해냈어요……!

미스트: 로우디의 연인을 만들어서 만나게 해줬다구요.

자, 볼래요……?

로우디: 정말…… 보고 싶었어, 항상…….

로우디: 당신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했을 때……

아무리 주위에서 위로를 해도 괴롭고 허무해서

북받쳐오르는 건 눈물과 분노뿐이었어.

로우디: ……차라리 그냥 죽을 수 있었음 좋았을 텐데.

'죽어라'는 욕을 들으며 살아갈 바엔 말야.

로우디: 그치만 스테이스……

당신은 분명 이렇게 말하겠지?

스테이스: 슬픔은 당신을 죽이지 않아, 로우디.

당신은 추억 속에서 나를 그냥 지워 버려도 돼.

……포기할 거야? 다?

로우디: ……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이 이 세상에 있었단 걸 기억하는 사람이 나뿐이라면

아무리 삶이 비참해도 꿋꿋하게 살아가겠다 마음먹었거든.

로우디: 그러니까 이제 이런 짓은 하지 말아줘요.

그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이건 환상일 뿐이야.

로우디: 그때 그 영웅님이시죠……?

당신이 이걸?

미스트: 내, 내가 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

당신이 슬퍼 보이길래 힘을 주고 싶어서…….

미스트: 기쁘지 않았다면 정말 죄송해요…….

Ortin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로우디: ……괜찮아, 나무라는 게 아니니까.

이런 날 위로해 주려는 사람도 있었구나.

내가 속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로우디: 영웅님도 폭동 땐 저 때문에 죄송했어요.

그 후로 당신의 활약을 들을 때마다

제가 그 이상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한답니다…….

로우디: 당신은 용시전쟁을 끝내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나셨나 보군요.

그렇게 계속해서 싸울 만큼,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나요?

로우디: 역시…….

저는 이슈가르드의 빈민 출신이라 들은 적이 있답니다.

로우디: 그렇게 방패를 들지 않고 대검을 쥔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기사님이며……

소중한 존재를 지키고자 끊임없이 싸우는 사람이라고.

로우디: 앞으로도 당신은 끝까지 싸워 주세요.

슬픈 일은 늘 사정없이 찾아오지만,

반드시 이겨내서 보란듯이 웃으시길 바랄게요.

로우디: 저도…… 꼭 그렇게 될 거라 믿고……

조금만 더 살아 보겠습니다.


시두르구: ……일단 에테르부터 회수하자고.

'흡혼검'으로 네 크리스탈로 다시 가져와.

미스트: 미안해요…….

시두르구의 말대로

'흡혼검'으로 흡수하세요…….

시두르구: 이제 미스트의 생각에 달렸군.

리엘: 그 언니……

죗값을 모두 치르고 행복해졌음 좋겠어요…….

미스트: 미안…… 미안해요…….

도와줬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미스트: 나는 너무나 모자라고 부족해서……

사람들의 소원은 잔뜩 있는데 들어줄 수가 없어요…….

시두르구: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해.

우린 3번만 더 에테르를 되돌려받으면 그만이니까.

……여기서 울상 짓지 말고 일단 마을로 돌아가자.

미스트: 그래요…… 미안해요…….

난 도움이 안 됐지만 당신 말에 로우디가 기운을 차렸네요.

그건 정말 기뻐요…….

미스트: 고마워요, Ortin…….

함께 꼬리깃 마을로 돌아가 줄래요…?


시두르구: 미스트는 아직 포기하진 않았지만……

바로 다음 사람을 도울 상태는 아닌 것 같군.

시두르구: 젠장, 다들 왜 이 모양인가……

우울한 꼬마도, 맨날 사과만 해대는 꼬마도 짜증나는군…… 

시두르구: 미스트에겐, 이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제대로 하라고 말해 두지.

넌 나중에 여기로 다시 와라.

어찌 됐든…… 그 여자는 조금이나마 구원을 받았다고 난 생각해.

시두르구: 미스트는 아직 포기하진 않았지만……

바로 다음 사람을 도울 상태는 아닌 것 같군.

리엘: 이미 죽은 사람을 만나는 게 기쁜 일인지……

난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무섭단 생각만 들어서.


미스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당신처럼 되고 싶었는데…….


시두르구: 자, 이제 너도 왔으니

얼른 나머지 3번을 도와주러 가고 싶지만……

미스트 녀석이 아직 기운이 없는 것 같다.

시두르구: 지난번에 로우디가 기뻐하지 않은 게 뜻밖이었는지

어떤 사람을 도울까 우물쭈물 고민하는 것 같다.

당사자가 저러니 뭘 어쩔 수 있나.

시두르구: 그래서 말이다.

우선 지난번에 갔던 솜털뭉…… '모그모그 고향'에

가 보는 게 어떨까 싶군.

리엘: 드라바니아 구름바다에 있는……?

거기엔 딱히 도울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시두르구: ……내가 어렸을 적에, 울적할 때면

스승님이 높은 곳으로 데려가주시곤 했었지.

모든 게 작게만 보이는 장소에 서면 기분이 바뀐다면서.

시두르구: 실제로 그게 효과가 있더군.

……아무튼, 그런 거다.

구름바다에 가서도 미스트가 미적댄다면 나도 그땐 몰라.


리엘: 그럼 다 같이 '모그모그 고향'에 가 봐요.

여행하는 셈치고.

미스트: 여행…… 당신과 함께 여행…….

왠지…… 나도 가고 싶어졌어요.

가요, Ortin…….


모그치: 리엘이랑 시두르구네!

오랜만이야쿠뽀~ 또 놀러왔어쿠뽀?

리엘: 오랜만이야, 모그치.

다른 애들도 잘 지내지……?

시두르구: 이 구름바다도 제법 오기 편해졌군.

……이 솜털뭉치 놈들은 여전해 보이지만 말이야.

시두르구: 미스트는 근방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거다.

기회를 봐서 말이라도 걸어 보면 어떤가?

미스트: 바람 소리…… 흘러가는 구름……

이렇게 직접 보니까 세계는 참 아름답네요…….

미스트: Ortin, 같이 와 줘서 고마워요.

나, 사람들을 도와준대 놓곤 폐만 끼치고…… 미안해요.

미스트: ……난, 지금까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었어요.

모두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괴로움과 슬픔으로부터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웠죠…….

미스트: 난 아무 생각없이 그걸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바로 근처에서 '외롭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어요.

미스트: 그래서 이번엔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순 없을까……

슬픔으로부터 지켜줄 수 없을까…… 라는 생각으로 왔어요.

미스트: 같이 있던 '사람들'이 누구냐고요?

미안해요…… 그건 비밀이에요.

미스트: 사실을 알게 되면, 당신은 내가 싫어질 거예요.

난 당신이 좋아요…… 좋아하니까 그렇게 되면 슬퍼요.

미스트: 앗, 어쩌지……!

시두르구가 제때 돌아오라고 했었는데.

걱정 끼치기 전에 돌아가야 해요.


리엘: 미스트와 얘기했나 보네요.

미스트: 시두르구, 화났어……?

모그치: 새로 생긴 친구쿠뽀?

시두르구: 미스트와 얘긴 해 봤나?

그래서 어쩌기로 했어?

미스트: 난 계속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지만……

그래도 해 볼래요.

시두르구: ……그래.

그럼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대상을 찾아보자고.

리엘: 시두르구, 잠시만.

모처럼 왔으니까 조금만 더

구름바다를 구경하고 싶은데.

리엘: 금방 돌아올게…….

미스트도 같이 가자.

시두르구: 야, 기다려!

갑자기 뛰다가 넘어져도 난 모른다!?

시두르구: 제길…… 귀찮지만 쫓아가자, Ortin.

아직 사룡의 졸개들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못 돼먹은 솜털뭉치 놈들도 있으니까……!


시두르구: ……이 녀석들은 신경 쓰지 마라.

걸어가는데 갑자기 시비를 걸어 오길래 열이 받아서…….

시두르구: 그것보다 리엘과 미스트가 걱정이군.

모그리가 방해하는 통에 놓치고 말았어.

시두르구: 난 북쪽으로 갔다가 '아사 구름다리' 쪽으로 가 보겠어.

넌 계속 곧바로 구름다리 쪽으로 가 봐.

미스트: 여긴 리엘한테 추억 깊은 장소래요.

리엘: 여기서 모그치네가 가르쳐줬어.

암흑기사의 극의는 '사랑'이라고.

미스트: 사랑……?

리엘: ……나도 사실은 잘 몰라.

그치만 돌아가는 길에 시두르구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했어.

리엘: 시두르구는 가족을 잃고 스승님도 잃었는데

나 때문에…… 프레이도 잃고 말았어.

앞으로 그 사람이 아무것도 잃지 않도록 해줘야겠다고.

리엘: 그래서 난 살기로 결심한 거야.

……그런 마음이 힘이 된다는 건

암흑기사가 아니라도 조금은 알 수 있거든.

미스트: ……응, 그건 나도 알겠어.

리엘 생각에 내가 힘이 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시두르구: 여기 있었구나.

거 참, 성가시게 하는 녀석들이군……!


미스트: 저기, 시두르구……

당신은 죽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시두르구: 무슨 소리냐, 뜬금없이.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 고민은 해결되진 않을 텐데?

뭐, 스승님한텐 좀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시두르구: ……아니, 잠깐만.

너 설마…………!


???: 호오, 가장 먼저 날 언급하다니.

이제 좀 아양도 떨 줄 아나?

……시두르구.

시두르구: 스승님…………!?

옹파뉴: ……만나서 반갑군.

거기 있는 녀석과 프레이를 암흑기사로 키운……

스승인 옹파뉴라고 하네.

옹파뉴: 자네를 만나서 영광이로군, Ortin.

시두르구가 늘 자네에게서 내 그림자를 보고 있더군…….

옹파뉴: ……이미 오래 전 얘기지만

나도 '영웅'이라 불렸던 시절이 있지.

자네의 공적에 비하면 웃음이 날 만큼 하잘것없는 영웅이지만.

옹파뉴: 나는 당시 암흑의 힘과는 관계없는 신전기사였다네.

동료들을 이끌고 용과 싸우며 무공을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 부대는 수많은 전장에 내몰리게 되었지.

옹파뉴: 순조로운 것 같으면서…… 한편으론 지옥이었어.

오직 동료를 잃지 않겠단 마음으로 검을 휘두를수록

그게 새로운 훈장이 됐고, 더 가혹한 전장에 보내졌으니까.

옹파뉴: ……그러는 사이에 하나둘씩

동료들은 목숨을 잃었다네.

옹파뉴: 난 무서웠어.

더 이상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네…….

잃을 바엔 처음부터 애착 따윈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옹파뉴: 내 신전기사로서의……

영웅으로서의 검은 그렇게 꺾였다네.


시두르구: ……그 얘기를 듣고 전 늘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시두르구: 스승님은 신전기사를 그만두고 나서

전장을 아예 떠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암흑기사가 돼서…… 나와 프레이를 거두셨죠?

옹파뉴: 그래, 예전에도 그 질문을 한 적이 있었지.

그때는 역전의 용사만이 이해할 수 있다면서

얼버무린 걸로 기억한다만…….

옹파뉴: 과연 지금의 너는 그 대답을 이해할 수 있을지……

검으로 증명해 보거라.

시두르구: ……스승님은 역시 변한 게 없군요.

옹파뉴: 너무 날 책망 말거라.

지금의 난, 너의 마음이 실체화된 존재 아니더냐?

옹파뉴: 이게 나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너 자신이다……. 제자 시두르구여.

옹파뉴: 자, 싸울 수 있는 자는 누구든 덤벼라!

너희의 소중한 존재를 저승길 선물로 가져 가마.

암흑기사로서 끝까지 지켜 내거라!


옹파뉴: 내가 졌네…….

제대로 각오를 다진 실로 뛰어난 암흑기사로군.

옹파뉴: 너도 마찬가지다, 시두르구.

제자가 성장한 모습에 나도 그만 흥분해 버렸다만……

그 경지에 이르렀다니 참으로 훌륭하다.

시두르구: …………그만두십시오.

이렇게 당해놓고 칭찬받아도 조롱으로밖에 안 들려요.

옹파뉴: 아니야, 칭찬해야지

……멋지게 성장했구나, 사랑하는 제자여.

옹파뉴: 자, 그럼 내가 졌으니 물음에 대답을 해 주마.

옹파뉴: 나는 분명 과거에, 싸우는 데 절망하고

동료에 대한 속죄와 세상을 향한 분노로 암흑검을 손에 쥐었다.

옹파뉴: ……하지만 몇 명인가를 구원하고

그들을 각자 인생으로 돌려보냈을 때 생각했지.

옹파뉴: 살아 있기에 헤어짐은 불가피하다.

아무리 사랑하고 그 사람을 지켜낸다 해도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이별은 찾아오기 마련이지.

옹파뉴: 그 섭리를 받아들이고

지금 내 안에 있는 사랑을 위해 검을 휘두르자……

그렇게 결심한 내 인생은 슬픔도 많았지만 나쁘진 않았네.


옹파뉴: ……자, 당세의 영웅이여.

이런 사내가 미련을 품고 이 세상에 남아 있어선 안 되겠지.

뒷일은 자네에게 맡겨도 되겠나?

옹파뉴: ……고맙네.

사례로선 부족하겠지만, 제자의 제자인 자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하나 해 주지.

옹파뉴: 영웅으로서 자네는 앞으로도 수많은 이를 위해 싸우고

그만큼 많은 이별도 경험하게 될 테지.

옹파뉴: 그 이별을 마음껏 두려워하고 슬퍼하게나.

그게 바로 암흑기사로서 살아갈 자네에게 힘이 될 테니까.

옹파뉴: 그리고 가장 괴롭고 슬플 때, 헤어진 자를 떠올리게.

그리고 스스로 깨닫게…….

자네는 지금 그들의 삶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옹파뉴: ……그 느낌 또한 자네의 힘이 될 테니까.

자네는 분명 누구보다 강한 암흑기사가 될 수 있어.

옹파뉴: 자, 시두르구.

네가 지키겠다고 결심한 존재를 꼭 끝까지 지켜내거라.

시두르구: ……알겠습니다.


시두르구: ……스승님을 부탁한다…….

'흡혼검'으로 거둬 줘.

리엘: 시두르구도 Ortin도 상처가 심해…….

미안해요…… 그치만…… 지켜줘서 고마워요.

미스트: 싸우게 될 줄은…… 어떻게 이런…….

시두르구: 무사히 네게 에테르가 되돌아갔군.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시두르구: 어이, 미스트.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괜한 짓을 했겠다?

미스트: 미, 미안해요…….

싸우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고……

내가 또 실수를…….

시두르구: 아니…….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나쁜 경험은 아니었어…….

시두르구: 그래도 앞으론 절대 네 멋대로 이런 짓은 마라.

당해보고 실감했다만, 마음속의 인물이

자칫하면 괴물이 될 수도 있으니.

시두르구: 난 결국…… 스승님이 나한테 지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니 서로 싸우다 무릎을 꿇는 건 나일 수밖에 없지.

……큭.

리엘: 시두르구의 상처가 아주 깊은가 봐요…….

먼저 '모그모그 고향'에 돌아가서 치료할게요……!


미스트: 시두르구, 다친 데가 아파 보여요…….

그치만 스승님을 만나서

기뻐하고 있을까요……?

미스트: 그렇구나…… 기뻐라……!

스승님이란 분은 이별을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역시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해요.

미스트: Ortin, 나 다음에도 열심히 할게요……!


리엘: 시두르구에게 스승님이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는지……

치료를 하면서 잘 알겠더라고요…….

미스트: 시두르구는 괜찮을까요……?

모그치: 이번엔 우리 때문이 아니야쿠뽀~!

시두르구: 윽………….

미안하다, 상처가 꽤 깊은 것 같다…….

나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시두르구: 네 소울 크리스탈에 에테르가 되돌아갔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다음에도 힘이 돼 줄 수 있을진 의문이군…….

시두르구: 이제 미스트에게 남은 '힘'은 2번…….

어떻게 해야 하나…….


---68

미스트: Ortin, 있잖아요……

스승님한테 당한 시두르구의 부상이

아직 심한가 봐요…….

미스트: 난 사람들을 열심히 돕고 싶어요.

그치만 시두르구가 힘든 건 싫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나랑 둘이서만 가지 않을래요……?

미스트: 고마워요…….

그치만 어디로 가면 좋을지…….

미스트: 큰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라면

내 '힘'이 도움이 될 사람이 있을까요……?

미스트: ……기라바……니아?

그 '카스트룸 오리엔스'라는 장소 근처에서

예전에 큰 싸움이 있었던 거죠……?

미스트: 응…… 가 볼래요……!

Ortin, 잘 부탁 드립니다.


시두르구: 어린애한테까지 걱정을 끼치다니 나도 참 한심하군……

시두르구: 하지만 이건 애당초 Ortin의 소울 크리스탈에

에테르를 되돌리기 위한 일이잖아.

너만 있으면 별일 없이 목적을 이룰 수 있을 테지.

시두르구: 난 상황을 봐서 일단 이슈가르드로 돌아가겠다.

기라바니아에서 할 일이 끝나면

성도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모그치: 시두르구가 얼른 기운을 되찾았으면 좋겠다쿠뽀.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역시 사랑쿠뽀?

리엘: Ortin이 함께라면

미스트도 괜찮을 거예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시두르구: 덕분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조만간 성도에서 다시 만나자.


미스트: 여기가 카스트룸 오리엔스군요……!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네요…….

미스트: ……싸울 준비를 하는 건가……? 무섭다…….

게다가 다들 기운이 넘쳐서

슬퍼 보이는 사람은 없네요…….

미스트: 기지에서 좀 떨어진 곳이 좋을까요……?

조용한 장소…… 전쟁터였던 곳을 찾아 볼래요……?


아난타족 투사: 시잇…… 20년 전에 제국군에게 붙잡힌 포로를 찾는다고?

아난타족 투사: 당시에 기라바니아로 진군한 제국군은

인간이든 아름다운 아난타족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어.

강제 노동에 동원된 사람들은 거의 돌아오지 못했지…….

아난타족 투사: 그러고 보니 여기서 남쪽에 있던 마을로 끌려가서

강제로 그곳에 정착하게 된 사람도 있었어.

아난타족 투사: 나도 상황을 살피러 간 적이 있는데

제국 병사의 경비가 어찌나 삼엄하던지 접근할 수가 없었어.

그 마을에서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쌍사당 소위 탈라 몰코: 남쪽에 있는 마을이라면…… '쓴풀 방앗간' 말이군요.

20년 전, 제국이 침공했을 때 모두 그리다니아로 피난을 떠나

버려졌던 마을입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보죠.

아난타족 투사: 시잇…… 우리 동포 중에도

남쪽 마을 '쓴풀 방앗간'에 끌려간 사람이 있어.

제국군은 그 마을에서 대체 무슨 일을 벌였을까…


갈리엔: 허억……허억…… 거기 누구 있어?

이젠 눈앞이 흐릿해서……

갈리엔: 당신은…… Ortin 님 아닌가……!?

하하, 이런 기적이…… 있다니……!

미스트: 큰일이에요…….

이 사람, 몸이 많이 아픈가 봐요……!

Ortin의 친구예요……?

갈리엔: 잘 보이진 않지만…… 깜찍한 동행자가 있나 보군…….

하지만 어쩌나…… 나는 그 사람 친구가 아니란다…….

갈리엔: Ortin 님은 예전에……

채석공방에서 메프리드 대장 밑에 있던 내게

약을 가져다주셨단다…….

갈리엔: 그 약은 나를…… 다쳤던 우리 동료들을 구했단다…….

감동한 우리는 그 목숨을 큰 뜻에 바치고자……

알라미고 해방군의 선봉이었던 철가면 경의 부대에 지원했지.

갈리엔: 결과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동료들은 모두…… 장성에서의 전투에서 죽었습니다…….

갈리엔: 저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만……

이제 와서 제가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갈리엔: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제게도 천벌이 내린 건지……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이제 곧 죽게 되겠죠…….

미스트: 아, 안 돼요…… 죽으면 안 돼요……!

미스트: Ortin, 난 이 사람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기운 내서 살아 줬으면 해요…….

'힘'을 사용하게 해 줘요……!

미스트: 부탁해요…… 기운을 내요…….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나요……?

갈리엔: ……있지…… 있고 말고…….

동료들을 모두 만나고 싶지만……

특히 친했던 후다르트는 꼭 만나고 싶구나.

갈리엔: Ortin 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 녀석은 철가면 경의 대역을 하던 무렵에

당신을 만났다고…… 기뻐했었답니다…….

갈리엔: ……하지만 그 녀석도 그 전투에서 죽고 말았어.

고맙다…… 착한 아이로구나……

이런 나를…… 위로해…… 주고…….

후다르트: ……그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해, 갈리엔.

갈리엔: 이럴 수가…….

후다르트…… 너 거기 있어……?

갈리엔: 아니, 환영이든 저 세상에 날 데리러 왔든 상관없어…….

후다르트…… 후다르트…… 네게 부탁이 있다…….

갈리엔: 랄거의 손길로 돌아가서……

죽은 동료들을 위해 기도를 올려줘…….

난 이제 갈 수 없지만…… 그게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

후다르트: ……알았어.

네 몫까지 기도를 올리고 오지.

후다르트: 밖에서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

갈리엔: 당신도…… 함께 가주시는 건가요……?

고맙습니다…… 저도…… 이제………….


미스트: 기도를 올리고 오면……

갈리엔은 건강해져요……?

후다르트: ……설마 이런 식으로 당신과 다시 만날 줄이야.

우리의 싸움을 지켜봐달라고 말해 놓고

그런 식으로 끝나다니…… 면목이 없군요.

후다르트: 당신도 철가면의 잔당을 도와주는 건 탐탁지 않겠죠.

그렇지만…… 부디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후다르트: 저는 갈리엔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기 하나 없이 야수가 우글대는 황야를 지나서

랄거의 손길까지 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스트: 나도 부탁할게요.

마음이 놓이면 갈리엔도 살아날 테니까……

그 대검으로 후다르트를 지켜줘요……!

후다르트: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랄거의 손길로 가도록 하죠.

아직 갈리엔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


후다르트: 감사합니다…….

역시 당신이 있어 줘서 다행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강하신 분이군요.

후다르트: 우리는 바일사르 장성에서 돌진해 오는 당신을 봤었죠.

과거의 은인이 열심히 싸우는 모습에 약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곧 후회로 바뀌었고요.

후다르트: 당신처럼 강했다면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구해 주셨던 생명을 불태우고 진정한 의미로

고향과 동포를 구할 수가 있……었을……까, 요……?

미스트: 비틀거리는데……

괜찮아요……?

후다르트: 아……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얘길 나눌 시간이 없는 듯하군요.

어서 랄거의 손길로 갑시다.


미스트: 후다르트가……!

후다르트: 나…… 나는…… 나……는……

그래…… 거점으로…… 돌아가야…….

미스트: 아무래도 후다르트의 상태가 이상해요……!

거리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후다르트: ……나는 어차피 갈리엔의 마음속 일부분입니다.

그가 꾸는 꿈과 같은 존재죠.

후다르트: 그저 잠들기만 했다면 꿈은 계속 존재하겠죠.

하지만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락가락하는 상태라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도 사라질 겁니다…….

후다르트: 자, 서두릅시다.

저는 괜찮습니다…… 어서 가시죠.


미스트: 어쩌지……?

내 '힘'으로는 마음을 지탱할 수 없는데……!

후다르트: …………안하다…… 미안하다…… 모두…….

살아……서…… 고향……고향…… 다시 한……번…………

미스트: 정신차려요……!

후다르트……! 갈리엔……!

후다르트: 허억……허억…… 괜찮습……니……다.

우리에게 내려진 이 기적을,

이런 식으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후다르트: 철가면 밑에 모였던 우린, 확실히 잘못된 길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모두 고향을 사랑하는 좋은 녀석들이었습니다.

후다르트: 그러니…… 역사엔 악으로 기록될지언정……

아무런 보답도, 아무런 구원도 받지 못하더라도……

우리만……은…… 그들을 위해…… 기도할 겁니다…….

후다르트: ……이렇게 세계의 한켠에서 쓰러져가면서,

우리는 몇 번이나 당신이라는 어둠 속의 빛을 봤었죠.

후다르트: 부디 조금만 더……

 힘을…… 빌려……주세……요………….


미스트: Ortin………….

후다르트가 갑자기…… 풀려서…….

마음이 끊긴 거예요……. 아마 갈리엔도 이젠…….

미스트: 후다르트는 기적이라고 말했는데…….

그럼 죽지 않아도 될 텐데…….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면 좋았을 텐데……!

미스트: 이건 아니에요…….

내가 그냥 또 실수한 거예요…….

돌아가면 갈리엔은 살아 있을 테고…… 그리고…….

미스트: 그리고………….

미스트: 미안…… 미안해요…….

이걸 당신한테 돌려줄게요.

정말로…… 미안해요…….

미스트: '흡혼검'으로 이걸 거둬 주세요…….


미스트: ……Ortin.

우리만이라도 기도를 올려요.

조금만 더 가면 되죠……?


미스트: 여기에 '묵념'을 올리면 되는 거죠……?

미스트: ……이제 후다르트와 갈리엔도 마음이 놓였을까?

미스트: 모르겠죠?

죽고 나면 그걸로 끝이니까.

사라진 사람은 아무도 말할 수 없으니까…….

미스트: ……난 있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있으면서

그들의 슬픔도 두려움도 다 이해한다고 생각했어요.

미스트: 하지만 전혀 아니었네요.

상실은 당신들 앞에 불쑥 찾아오는 게 아니라,

늘 곁에 있는 거였나 봐요…….

미스트: Ortin은

세계가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미스트: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한 대검…….

그러네요, 당신들은 그렇겠죠……. 하지만…….

미스트: 아무런 도움이 안 됐네요…… 결국…….

미스트: 내가 고작 몇 명을 도와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는지도 몰라요…….

미스트: ……있잖아요, 다음이 정말로 마지막이에요.

미스트: 난 부족한 에테르를 당신에게 빌렸었죠…….

하지만 그건 좀 거짓말이고, 나한텐 처음부터

당신한테 빌린 에테르밖에 없었어요.

미스트: 그러니까 마지막 한 번은 나랑 교환하는 거예요.

그래 봤자 역시 의미가 없을 테지만요…….

미스트: 나한테 더 많은 에테르가……

더 강한 '힘'이 있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까……?

미스트: ……돌아가요, Ortin.

시두르구가 성도에서 기다린다고 했잖아요.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리엘: 잘 다녀 오셨어요……?

시두르구: 그래, 돌아왔구나…….

상황은 어때?

시두르구: ……흠, 이번 일은 그렇게 됐다 치고

미스트에게 에테르가 없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군.

본인이 돌아오면 자세히 들어봐야겠어…….

시두르구: 미스트가 먼저 이리로 향했다고……?

아니, 적어도 여기엔 오지 않았는데…….

시두르구: 칫, 이제 와서 에테르를 가지고 도망간 것도 아닐 텐데……!

어디서 길을 샜는진 모르겠지만

괜한 말썽 일으키지 말고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


---70

리엘: 미스트, 왜 그러는 걸까요…….

시두르구: ……미스트가 아직 돌아오질 않았다.

예기치 않은 사태가 일어났거나

돌아올 생각이 없는 거겠지.

시두르구: 남은 한 번이면…… 네 소울 크리스탈은 원상태가 되겠지만

그 한 번이 끝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거라고

미스트가 말했다고 했지……?

시두르구: 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본인을 만나야겠군.

나도 아직 완쾌되진 않았지만 돕겠다…….

녀석이 어디 있는지 흔적을 쫓자.

시두르구: 네가 마지막으로 그 녀석을 만난 곳은

기라바니아의 '랄거의 손길'이라고 했지?

일단 거기로 가보자.

리엘: 그럼 나도 데려가요!

시두르구의 부상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거라면 도와줄 수 있어요.


알라미고 해방군 위병: ……긴 하늘색 머리 소년이 지나가지 않았냐고?

으음, 그렇게 특이한 용모라면 절대 잊을 수가 없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본 적 없어.

알라미고 해방군 위병: 교대할 때도 그런 얘긴 못 들었고 말이야……

적어도 이 출입구는 지나가지 않는 것 같은데.

알라미고 해방군 조련사: ……긴머리에 로브를 입은 아이라고!?

나도 마침 그 애를 찾고 있었는데!

알라미고 해방군 조련사: 어젯밤 늦게 초코보 축사를 돌아보고 있었는데,

'미안해요'라며 사과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당신이 말한 것처럼 생긴 아이가, 잽싸게 도망치더라니깐.

알라미고 해방군 조련사: 초코보들은 조용하길래

그냥 자는가 보다 했는데…… 모두 죽은 상태였지 뭐야.

그것도 다친 데 하나 없고 영혼만 쏙 빠져나간 것 같았어.

알라미고 해방군 조련사: 젠장,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그 애를 찾아내면 반드시 변상하라고 해야겠어!


오렐라: 네, 그 아이라면 조금 전에 여기에 왔었습니다.

환술사한테 에테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같던데…….


리엘: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요.

미스트는…… 괜찮겠죠?

길로우: 오늘은 낯선 손님이 많군.

시두르구: 어때, 미스트의 행방은 좀 알아냈나?

시두르구: ……네 말을 들어보니, 그 녀석은 스스로의 의지로

이 땅에 남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는군.

그나저나 대체 어쩔 셈이지……?

시두르구: 다시 정보를 모으는 것보단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를 거다.

마침 이 위병이 미스트를 닮은 녀석을 봤다는군.

시두르구: 그 녀석은 여기서 '기라바니아 산악지대'로 갔다는군.

이대로 계속 쫓아가 보자고.


리엘: Ortin…… 이 시체, 좀 이상해…….

시두르구: ……네가 얘기 들었던 초코보와 마찬가지로 상처 없는 시체다.

언뜻 보기엔 병에 걸려 죽은 것도 아닌 듯해.

시두르구: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미스트가 한 짓일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싸울 힘도 없는 녀석한테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시두르구: ……아니.

에테르를 빼앗을 능력은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겠군.

처음부터…… 너의 그 소울 크리스탈도 그랬으니.

리엘: 미스트는 어째서 그런 짓을…….

시두르구: 모르지.

하지만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찾아내야 해.

시두르구: 우린 여기서 남쪽을 찾아 보겠어.

넌 동쪽으로 가면서 미스트의 흔적을 찾아 봐.

찾아봐도 아무것도 없으면 다시 합류하자.


리엘: 으……으으………….

시두르구: 윽…… 왔군…….

하필 재수없게 이쪽에 있더군…….

시두르구: 저 녀석을 지금까지 봤던 미스트라 생각 마라.

에테르를 마구 흡수한 결과,

뭔지 모를 무서운 존재가 돼 버린 것 같다…….

시두르구: 이젠 누군가의 행복만을 바라며

'힘'을 사용하진 않으려는 듯해…….

옆에 있는 이스트리드도 우리를 제거하려고 실체화한 거다.

시두르구: 리엘이 마음에 품은 어둠, 공포, 씁쓸한 기억……

그런 상징에 형태를 부여한 거야.

마음이 강한 만큼 우리가 물리친 실물보다 훨씬 강해……!


미스트: 시두르구랑 리엘이 무서웠어요…….

그래서 조금 장난친 거예요.

미안…… 미안해요…….

미스트: 미스트잖아요……?

하지만…… 난 이름 같은 걸 가질 자격이 없을지도…….

미스트: 있잖아요, Ortin…….

난 당신이 가진 암흑기사의 소울 크리스탈로부터

에테르를…… 생명을 얻었어요.

미스트: 그 크리스탈 안에 뭐가 담겨 있죠?

……바로 수백 년에 걸친 역대 암흑기사의

기억과 마음이죠.

미스트: 크리스탈이 가진 거대한 에테르와 강한 마음…….

그것들이 무엇을 만들어낼지 당신은 알고 있을 거예요.

미스트: 걱정 마세요…….

이름을 얻을 만큼 난 확실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그저 어설프고 불확실한 존재예요…….

미스트: 그렇지만 마음은 제대로 얻어서 태어났죠.

사람들을 슬픔에서 지켜주고 싶고…… 잃고 싶지 않다는……

'모든' 암흑기사의 마음을…….

미스트: 그래서 이뤄줘야 해요…….

사람들이 아무것도 잃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 부족한 힘을…… 채워 봤어요…….

시두르구: 다른 이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흥,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자들만 신경쓰는 그 태도는

역시 우리 암흑기사의 화신이 맞긴 맞군…….

시두르구: 하지만 아무것도 잃지 않는 세계라고?

모든 사람에게 멋진 환상이라도 심어주겠단 거냐?

……우리 암흑기사는 그딴 건 바라지도 않아!

시두르구: 세계는 늘 부조리하고, 광기도 악도 결코 사라지지 않아……

우리는 분명 그걸 한탄하고 증오하지.

시두르구: 하지만 네 어긋난 이상에 기댈 만큼 세상을 포기하진 않았어!

그래서 모두 검을 들었던 거고……!

넌 이제 얌전히 Ortin의 소울 크리스탈로 돌아가!

미스트: 싫어요……!

분명히 들었다고요…… 외롭다고……!

이 눈도 이 머리카락도 누군가가 다시 만나고 싶어한 '당신'이에요!

미스트: 내가 강해지면 그런 한탄은 사라질 거예요…….

잃어버린 건 내가 전부 만들어 줄게요.

이제 아무도 슬프지 않게 할 거야……!

미스트: Ortin, 그렇죠……?

당신도, 다른 사람들도, 절대 외롭게 하지 않을 테니까…….

나 힘낼 거니까…… 기뻐해 주세요…….


미스트: ……아무리 당신이라도 방해하면 가만 안 둬요.

날 막을 거라면 또 못된 짓을 할 거야.

미스트: 이제 남은 한 번뿐인 내가 아니야…….

바란 것 밖에 만들 수 없는 내가 아니야…….

당신의 어두운 마음에도 자유롭게 닿을 수 있다고……!


미스트: 제발…… 그만 싸우면 안 돼요……?

당신이라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슬픈 일이 많이 있었잖아요……?

미스트: 싸움에 몸을 던지면 동료들이 죽어가요…….

미스트: 고통을 참고 끝까지 지켜내도, 끝없는 여행을 하는 당신을

언젠간 모두 떠나가죠…….

미스트: 사랑이 당신들의 힘인데……

싸울수록, 나아갈수록, 다 빠져나가버리죠.

미스트: 아아…… 안타깝고, 불쌍해…….

당신이야말로 사실은…………

미스트: 사실은 오래 전부터

기댈 곳 없는 외톨이잖아요…….


???: ……맞아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는 고독합니다.

그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니.

???: 그렇지만……

곁을 지나가는 사람의 한마디가 고개를 들게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내민 손이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워준다는 것을.

???: 그런 흔하디흔한 기적에 힘을 얻어 나아간다는 것을

그는 이미 스스로 입증했답니다.

시두르구: 설마…… 프레이냐……!?

프레이: 글쎄요…… 다른 환영과 마찬가지입니다.

Ortin의 마음 한켠에 있던 쓰라린 기억이

'저것'의 힘으로 형태를 이루었을 뿐.

프레이: 하지만 저는 적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당신과 함께할 존재니까요.

프레이: ……준비는 되셨습니까?

시두르구: 그걸 사용해라.

또 무딘 칼 때문에 지면 곤란하니까.


미스트: 싫어…… 싫다고…….

당신들은 그냥 괜찮은 척하는 거잖아……!

미스트: 마음은 알 수 없고…… 기억은 희미해져 가고…….

늘 함께 있고 싶은데……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살아줘, 죽지 마! 내가 지켜줄게……!

프레이: ……그래요, 분명 나도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프레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 무릎 꿇어야 합니다.

고통과 괴로움을 이끌고 길을 떠난다던

당신의…… 우리의 힘 앞에!


미스트: 모두…… 미안…… 미안해요…….

언제까지나 함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미스트: 아아…….

이별은 역시 슬프구나…….

프레이: ……맞아요.

매우 아프고 슬프죠.

그 무게와 고통을 못 견디다 못해 걸음이 멈출 때도 있답니다.

프레이: 하지만 어느 새 거짓말처럼……

걸음은 가벼워지기 마련이죠.

미스트: 이별을…… 죽은 사람을 잊어 버리니까?

리엘: ……그건 아닐 거야.

슬픈 이별을, 난 몇 번이든 떠올릴 테니까.

리엘: 그치만 이별할 때마다 상처를 입어도

사람은 또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어.

리엘: 그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일어서서 걸어가는 거야.

떠나간 사람들과의 기억, 그 사람들의 마음을

내 앞에 펼쳐진 미래에 전하기 위해……!

시두르구: 그런 마음으로 앞을 바라보는 강한 모습을……

넌 방금 직접 경험했잖는가.

프레이: ……당신의 마음도 인정하고, 저로서도 나쁘지 않은 기적이었습니다.

다만,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게 좋겠군요.

좋아한다면서요? 당신의 암흑기사들과 그 이상을.

미스트: …………네.

아주 아주 좋아하고…… 내 자랑이에요…….

미스트: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당신의 에테르는 이미 다 되돌아갔겠지만

마지막으로 내 마음도 가져가주면 기쁠 것 같아요…….

미스트: 나는 고독한 구원자에서 태어난 존재예요.

슬픔을 거부하고 작별을 멀리하는 존재고요.

……부디 당신에게도 그런 존재이길.


리엘: 앗…… 오셨어요?

시두르구: 돌아왔구나…….

아무 말 없이 돌아와서 미안했다.

그땐 너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하겠더군…….

시두르구: ……어차피 난 너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해.

너의 고통과 고독은 전부 네가 짊어져야 하니까.

시두르구: 하지만 난 Ortin 너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고,

살아가는 방식을……존경하고 있어.

그래서 이번 일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시두르구: ……그것만은 알아줘.

멋진 장면은 그 녀석한테 다 빼앗겼지만 말이야.

리엘: 미스트는……

소울 크리스탈이 깨지면서 태어난 거죠?

어째서 그때였을까…….

시두르구: 글쎄다…….

이제 와서 우리가 그걸 알 길은 없겠지.

지금은 모든 게 에테르로 돌아갔고 미스트도 돌아갔으니까.

시두르구: 암흑기사 중에서도 격동의 인생을 살아온

Ortin의 크리스탈에서 태어났다는 건 납득이 가지만……

뭔가 결정적인 추억이라도 있었던 건………… 으윽.

리엘: 시두르구, 상처가 또 터졌나 보네…….

아이 참, 치료해 줄 테니까 앉아요.

리엘: Ortin도 충분히 쉬세요…….

뭔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암흑기사들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시두르구: ……어린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하지만 에테르를 무사히 다 회수한 이상

이번 일이 일단락된 것만은 틀림없겠지.

시두르구: 어떤 추억이 미스트를 불러낸 건지……

다시 한번 같은 장소에 가보는 것도 괜찮겠군.

……어쩌면 넌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리엘: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도 큰 전쟁이 사라진다면,

슬픈 이별은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언젠가 미스트에게 그런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시두르구: 정말 꿈 아니면 농담 같은 사건이었어.

하지만 이렇게 상처가 선명히 남아 있다는 건

미스트는 분명히 존재했던 셈이지.


???: 가만…….

이런 곳에서 무얼 하시오?

에드몽 드 포르탕: 여긴 많이 추울 텐데.

근처까지 왔다면 저택에 들르면 좋았을 것을.

에드몽 드 포르탕: Ortin 공이 찾아오면 다들 기뻐할 거요.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이야기 거리가 없어도 좋으니……

먼 길을 떠난 귀공이 얼굴을 비춰주기만 해도 말이오.

에드몽 드 포르탕: 귀공은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의 소중한 손님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벗이니.

에드몽 드 포르탕: ……설마 모험의 무대를 옮겼다 해서

마음까지 소원해졌다 생각하는 건 아닐 테지?

에드몽 드 포르탕: ……말은 그리 했소만

마침 회고록을 정리하던 중이라 나도 옛얘기를 나누고 싶다오.

에드몽 드 포르탕: 내 아들에 대해…… 귀공과 함께 여행했던 그들에 대해……

말을 하다 보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도 있으니 말이오.

에드몽 드 포르탕: 시간이 허락한다면 언제든 들러 주시오.

난로에 불을 피워 항상 따뜻하게 해놓겠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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