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공: 자, 곧장 내 집무실로 이동해도 좋겠지만…… 흐음.
수정공: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우리의 실정을 알았으면 해.
수정공: 이곳의 주요 시설 몇 가지를 소개할 테니
그곳의 대표들과 대화하고 '이 세계에 대한 화제'를
모아서 와주지 않겠나?
수정공: 이 길로 곧장 가면……
아마 그대라면 알고 있을 에테라이트가 있어.
수정공: 내 추측이지만 그대가 올바른 방식으로 소환된 게 맞다면
자신이 지나온 길을 추적해서
원초세계의 지맥과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몰라.
수정공: 대표들을 찾아가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도록.
수정공: 에테라이트 왼쪽의 계단을 올라가 건물을 나가면
이 도시의 장인들이 모인 '중용의 공예관'이 있다.
대표는 '카트리스'라는 여성이다.
수정공: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왼쪽 통로로 가면
막다른 곳에 '박물진열관'이라는…… 거대한 서고가 있지.
대표는 '모렌'이라는 청년이다.
수정공: 에테라이트 광장의 오른쪽으로 가면 시장과 연결된다.
'브라기'라는 대표가 상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지.
수정공: 그대가 둘러봤으면 하는 곳은 이 정도인데……
가는 방법은 대략 알았겠지?
수정공: 미안하군. 도시가 계속 확장 중이라서 말이야.
아무래도 구조가 복잡할 수밖에 없어…….
그래도 실제로 다녀 보면 금방 익숙해질 거다.
수정공: ……아,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
수정공: 관문을 통과할 때도 그랬지만,
이 세계의 주민들은 대부분 다른 세계의 존재를 몰라.
그러니 그대의 정체를 이해하기 힘들 거다.
수정공: 그러니 누군가 신원을 물으면
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대답하도록 해.
이 도시에서 그 말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뜻이니까.
수정공: 그럼 한 바퀴 돌고 난 후에
시내 중앙에 있는 커다란 광장에서 만나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겠다.
카트리스: ……이렇게 물건이 많은 곳은 처음이지?
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일 거야.
카트리스: 못 보던 얼굴 같은데 새로 왔나 보네?
크리스타리움에 온 것을 환영해.
카트리스: 넌 좋은 도시를 선택한 거야.
죄식자가 공격하더라도 수정공이 장벽을 펼쳐 줘서
바깥보다 어느 정도는 안전하거든.
카트리스: 이 내부에서 우리 '중용의 공예관' 사람들은 힘을 모아
자재를 조달하고 물건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어.
바로 크리스타리움 제조업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지!
카트리스: 하지만!
율모어처럼 호화롭게 살 수는 없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도 있잖아?
카트리스: 보아하니 한창 일할 나이 같은데
원래 무슨 일을 했어? 출신은?
카트리스: 뭐? 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그건…… 흐음…… 당신이 그렇단 말이지…….
카트리스: 그렇다면 이곳의 주민으로서 더욱 환영해야겠네.
이 도시는 수정공 덕분에 생겼으니까.
카트리스: 수정공은 정말 위대한 마법사야.
이 도시의 중심에 세워져 있는 '크리스탈 타워'도
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불러온 거래.
카트리스: '빛의 범람' 이후, 살던 곳에서 내몰려 졸지에 난민이 된
수많은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탑 아래에 모이기 시작했어…….
카트리스: 수정공이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 세운 도시가 크리스타리움이야.
그 이후로 탑 안에서 발견된 신기한 도구의 힘도 빌리면서
이 도시가 발전해 온 거고.
카트리스: 참고로 그 후로 몇십 년이 지났지만
수정공의 외모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대.
카트리스: 그것도 포함해 수수께끼가 많은 사람이지만……
우리 주민들은 모두 수정공에게 감사하고 있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도 신뢰는 흔들리지 않아.
카트리스: 그러니까 당신이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쓸데없이 캐물으려 들지 않을 거야.
카트리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장인이라면
그 실력에는 관심이 있어!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찾아와.
카트리스: 이곳은 주민들의 생활에 빛을 비추는 중용의 공예관!
나는 관장인 카트리스!
그럼 정식으로…… 앞으로 잘 부탁해.
카트리스: 공예관을 견학하는 건 자유지만 일은 방해하지 말아줘.
당신은 물론,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공할 수 없게 되니까.
모렌: 저, 저기……!
주민 명단에 이름이 없는 분 같은데
혹시 바깥세상에서 오셨나요!?
모렌: 그, 그, 그, 그렇다면 혹시 책이나 서류라든지……
아니, 종잇조각이라도 갖고 계신 거 없나요!?
모렌: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나쁜 버릇이…….
모렌: 저는 모렌이라고 합니다.
이곳 '박물진열관'의 사서를 맡고 있지요.
모렌: 여기는 보시다시피
온갖 서적을 수집해서 보관하는 장소예요.
모렌: '빛의 범람' 때문에 많은 토지와 생명을 잃게 되면서
엄청난 양의 지식도 사라졌죠……
우린 더 많은 지식을 잃지 않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모렌: 그런데…… 당신은 어쩌다 여기로 오셨나요?
혹시 뭔가 조사하고 싶은 게 있었나요……!?
모렌: 세계의 현 상황을 알고 싶으시다고요!?
멋지군요. 당연한 내용이라도 다시 공부해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기 마련이죠. 저도 압니다!
모렌: 그럼 이참에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어린이용으로 근대사를 정리한 그림책이 있으니 가져올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모렌: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세계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말씀드릴게요!
모렌: 약 100년 전의 일입니다…….
'빛의 전사'라고 불리는 대역죄인들이
세계의 빛을 관장하는 '그림자의 왕'을 죽였죠.
모렌: 그러자 이윽고 어디선가 빛이 넘쳐흐르더니
거대한 파도를 이루어 세계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모렌: 이것이 '빛의 범람'이라 불리는 재해…….
빛이 삼켜버린 장소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텅 빈 무의 대지가 되어 버렸어요.
모렌: 결국 세계의 9할이 사라지고
빛의 파도가 마지막으로 남은 이곳 '노르브란트' 땅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 앞에 '빛의 무녀'가 나타났습니다.
모렌: 무녀는 다가오는 빛의 파도를 멈춰 빛의 범람을 막아냈어요.
그래서 오직 노르브란트만 소멸을 피해 살아남았죠.
모렌: ……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무의 대지에서 노르브란트를 향해 미지의 괴물……
'죄식자'가 침입해 왔기 때문입니다.
모렌: 죄식자가 뿜는 강렬한 빛의 힘 때문에
노르브란트에서는 밤의 어둠이 사라졌습니다.
모렌: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얼마 남지 않은 인류를 잡아먹으며
계속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모렌: 이것이 이 세계가 처한 현 상황입니다.
만약 복습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하세요.
모렌: 그리고…… 저기……
앞으로는 같은 동료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모렌: 책에 기록된 내용은 똑같지만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법이죠.
즉, 복습은 대환영입니다!
브라기: 어지간히 신기한가 보군…….
보아하니 새로 온 녀석인가…….
브라기: 이곳은 '우주의 화음 시장'……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시장이다.
난 이곳의 대표를 맡고 있지…….
브라기: 너 같은 미스텔족의 장비도 취급하니까
마음껏 이용해라…….
브라기: 응……?
낯선 표현이군…… 어딘가의 사투리인가……?
브라기: 저기 앞에서 얘기하는 두 사람 중에
키가 작은 쪽이 '흄족'…….
브라기: 그리고 키가 큰 쪽이 '엘프족'…….
브라기: 그 뒤쪽에 있는 건장한 자가
'갈젠트족'이고…….
브라기: 뿔이 난 쪽은 '드란족'이지.
브라기: 그리고 꼬리가 길고 피부에 비늘이 난 자는
목축에 뛰어난 '즌족'인데…….
브라기: ……보아하니 넌 그렇게 부르지 않나 보군.
종족을 부르는 방법이 다르다니, 사투리라고 해도 꽤 특이한데……
대체 어디 출신이야……?
브라기: 아아…… 그래…….
수정공과 같은 고향 사람이었군…….
브라기: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지.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사람이 종종 여기를 왔었는데
다들 아주 똑똑한 반면, 묘하게 뭘 잘 모르더라고…….
브라기: 아마 너도 비슷한 경우겠지.
……앞으로도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라.
브라기: 아까 소개한 종족 이외에도
너와 같은 미스텔족이나 나 같은 론조족,
위병단의 라이나와 같은 비스족도 보게 될 거다.
브라기: 크리스타리움에는 온갖 종족의
난민이 모여들고 있거든…….
그래도 저 드워프족은 본 적이 거의 없다만…….
수정공: 어때, 사람들에게
이 세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나……?
수정공: 그래, 전부 들은 그대로다.
이쪽의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아 정말 다행이군…….
수정공: 참고로 다들 크리스탈 타워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있지만
물론 이건 그쪽…… 원초세계에서 불러온 것이다.
수정공: 그대들을 소환하기 전에 처음으로 소환을 시도해본 거라
어느 시대에서 온 건지도 알 수 없지만…….
이 탑이 온 이후로 운명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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