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린: 우웅…….
이런저런 일에 대한 보답도 할 겸 당신을 제대로
대접하고 싶은데…….
테슬린: 미안해!
물건을 사러 간 사이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잠깐 알리제랑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알리제: 그러면 우리가 오히려 불편하잖아.
……뭔가 도울 일은 없어?
테슬린: 으으……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럼 알리제는 나랑 같이 비품을 점검하자.
테슬린: Artan 씨는
환자들과 인사를 하면서
얼굴과 몸에 묻은 모래 먼지를 털어 주면 좋겠어.
테슬린: '파우닐', '토덴', '할리크' 이렇게 3명이야.
새로 온 사람이 도와주면 분명 기뻐할 테니까……
잘 부탁해!
테슬린: 당신이 말을 걸어 주면
환자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거야.
여긴 날짜를 잊을 만큼 변화가 거의 없거든…….
알리제: 죄식자에 대해 아직 할 얘기가 많지만……
각자 일을 끝내고 좀 여유가 생긴 다음에 하자.
할리크: ………….
토덴: …………아…….
파우닐: ……고마…………워…….
파우닐: 알리제……의 친구……?
잘됐어…… 아주…….
토덴: ……………….
토덴: ………….
할리크: ………….
테슬린: 앗, 벌써 다 끝냈어……?
환자들은 상태가 어땠어?
테슬린: ……그렇구나. 다들 그렇게 기뻐했다니
당신에게 부탁한 보람이 있네.
테슬린: 하지만 할리크는 역시…….
간병인들과 얘기는 해 봐야겠지만
슬슬…… 때가 되었을지도 몰라…….
알리제: …………테슬린.
나, Artan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
모르드 수크에 갈 생각인데 혹시 부탁할 일 있어?
테슬린: 알리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테슬린: 그럼 '천도복숭아'를 사다 줄 수 있을까?
카사드 씨의 상단이 와 있으니까
로온 론 씨의 가게에 들어왔을지도 몰라.
알리제: 그럼, Artan.
미안한데 잠깐 모르드 수크에 같이 가자.
먼저 로온 론의 가게부터.
테슬린: 아…… 저기…… 이쪽 일은 이제 괜찮아.
알리제와 나갔다 와도 돼.
알리제: 우선 천도복숭아를 사야겠구나.
로온 론: 앗, 그 여행자님.
무슨 일이냐? 우리 가게 음식 맛이 생각 나떠?
알리제: 혹시 '천도복숭아' 들어왔어?
있으면 하나 사고 싶은데…….
로온 론: 이떠! 이떠!
금방 들어와서 아주 싱싱해!
로온 론: 여행자님, 저번에 여기서 통 크게 쏴따.
그니까 천도복숭아 그냥 준다.
돈, 안 줘도 된다!
알리제: 모르드 상인이 공짜로 물건을 주다니……
이 가게에서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알리제: 아, 혹시 흰지렁이도 있어?
있으면 그건 내가 살게.
알리제: 아, 아니야. 내가 먹으려는 게 아니라고!
이따가 당신을 어떤 장소로 데려가려면 필요해서 그래!
알리제: ……그래서? 있어!?
로온 론: 물론 이따!
물건 사주능 거, 대환영이다!
알리제: 좋아, 사야 할 물건은 다 샀어.
이제 마을 서쪽에 있는 가장 큰 탑으로 가자.
당신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그 위에 있어.
로온 론: 여행자님, 또 와라!
금방 우리 가게 음식 맛 그리워질 거다!
알리제: 경비 보느라 고생이 많아.
……자, 당신이 좋아하는 흰지렁이야.
그걸 줄 테니까 탑 위에 올라가게 해 줘.
모르드족 경비원: 우와~ 탱글탱글 흰지렁이!
마, 마, 맛있게따!
모르드족 경비원: 원래 안 대지만…… 이번망이다?
딱 한 번, 딱 한 번망이다?
알리제: 탑에 올라가도 된대.
그럼 가 볼까.
알리제: 저길 봐.
커다란 결정 사이의 틈새 말이야.
알리제: 그 너머로 하얀 지평선이 보이지?
알리제: 저곳이 '빛의 범람'에 삼켜진 땅이래.
그저 하얗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알리제: 지금도 강력한 빛의 힘을 띠고 있어서
들어가려 하면 몸의 에테르 균형이 흐트러지고 말아.
저곳은 이제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야…….
알리제: ……아까 산 천도복숭아는,
점점 죄식자로 변해 가는 그 아이…… 할리크가 좋아하던 거였어.
알리제: 그 아이를 비롯해서 그곳의 많은 환자들은
강력한 죄식자에게 습격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알리제: 하지만…… 목숨만 건졌을 뿐이지,
이미 그들의 에테르는 빛에 잠식당했어.
알리제: 게다가 보다시피 여긴 빛 뿐이니…….
보통 사람이라면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겠지만
그들은 빛에 노출되면 그 빛이 그대로 몸에 축적되는 거야…….
알리제: 그래서……
결국에는 모두 죄식자로 변할 거래.
알리제: 테슬린과 간호사들도 그걸 알고 있어.
그래서 어느 순간 완전한 죄식자로 변하기 전에
반드시 목숨을 끊어야 해.
알리제: 의식이 있었을 때 좋아했던 음식에 독을 섞어서 말이야.
……그런 최후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봤어.
알리제: ……화가 나, 지금도 여전히.
아무리 싸워도 내 힘은 아직도 부족해.
알리제: 그래도 물러설 순 없어.
날 두고 가지 말라고 당신에게 그토록 말해 놓고
정작 내가 먼저 떠나버렸잖아?
알리제: 하필 그 타이밍에 날 소환한 수정공에게는
따끔하게 한 소리했지만 말이야……
알리제: 아무리 남의 탓으로 돌려도
당신을 전쟁터에 두고 왔다는 후회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래서 마음먹은 거야.
알리제: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알리제: ……그게 지금의 내 결심이고 버팀목이야.
알리제: 슬슬 돌아갈까?
오래 기다리게 하면 테슬린도 힘들 테니까…….
모르드족 경비원: 모르드 수크에서 가장 높은 이 '모자탑' 뒤편에
'호박석 산맥 중부'로 이어지는 '꼬리길' 이따.
긍데긍데 지금은 계단 무너져서 통행금지야.
알리제: 함께 와 줘서 고마워.
'무의 대지'를 너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어.
이 세계의 실정을 알려면 반드시 필요하거든.
알리제: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
천도복숭아는 테슬린에게 꼭 전해 줬으면 해.
알리제: 인간이 죄식자로 변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당사자도 끔찍한 고통을 느낀대…….
알리제: 간병인들은 환자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고통을 주고 싶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런 세계와 싸우고 있어…….
알리제: 테슬린도 이제 좀 여유가 생긴 것 같네.
테슬린: 아…… 어서 와.
천도복숭아는 구했어……?
테슬린: 고마워, 잘 받을게.
……보아하니 얘기를 들은 모양이구나.
테슬린: 괜찮아. 이건 보험이니까.
간병인들과 얘기해 봤는데
할리크는 좀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어.
테슬린: 미리 준비해 뒀으니 갑자기 그때가 찾아와도
좋아하던 음식과 함께 보내 줄 수 있을 거야…….
정말 고마워.